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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2.08.28 08:10

달이 자꾸 따라와요~

조회 수 3223

 moon2.jpg

 

초등학교 6학년 겨울
할아버지 제삿상에 올릴 술을 사서 아버지와 돌아오는 길..
"달 좀 봐라~"
"달이 우릴 따라오네.."

아버지 뒤를 따라가다가 달을 쳐다보긴 했지만,
여섯살 난 아이도 아니고
초등학교 6학년인 딸 한테 '달이 따라온다'는 아버지 말씀은,
말도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였지요.
나는 입을 삐죽이며
"아이구.. 아버지도 차~암?"

하지만, 그 순간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어떤 느낌!
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신 모양이구나..
달 속에 할아버지가 보이는 모양이구나..
내 가슴은 먹먹해지고..
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버지가 가여워져서
아무말도 못하고 침만 꼴깍 댔더랬습니다.


그리고..
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느날 신문에서
우연히 이상국 시인의 '달이 자꾸 따라와요'를 보게 되었습니다.

 

//어린 자식 앞세우고
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길

-아버지, 달이 자꾸 따라와요.
-내버려둬라
달이 심심한 모양이다.

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솨르르솨르르 몸 씻어내는 소리 밟으며

쇠똥냄새 구수한 판길이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 옛 이발소집 담을 돌아가는데

아버짓적 그 달이 아직 따라오고 있었다.//


'아버짓적 그 달' 이라니요!
불현듯,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고,
'달 좀 봐라' 하시던 그 아버지가 그립고,
가슴 먹먹해져서 침만 꼴깍댔던 내가 그리워서,
툭~!
신문위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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